디자인을 하다 보면 아무래도 제일 신경이 쓰이는 건 서체, 폰트(Font)입니다. 정말이지, 고가의 유료 폰트와 상업용 무료 폰트 사이에서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상업적 디자인을 할 때는 폰트 파일 사용에 특히 주의해야 하는데요. 오늘은 폰트의 저작권에 대해 말해보려 해요.
폰트도 저작권이 있나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폰트, 즉 서체 자체에는 저작권이 없습니다. 대법원에서는, 폰트에 대해서 "예술적 특성이 없는 서체의 경우 그 자체는 저작물에 해당하지 아니함이 명백하다." 라고 했죠(대법원 1996. 8. 23. 선고 94누5632 판결). 그러니까 폰트의 도안에 심미적 요소가 가미되어 있다 해도, 실용적 기능이 주된 목적이기 때문에 예술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정확하게 따지자면, 폰트 자체가 아닌 이 '폰트 프로그램'이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겁니다. 폰트 프로그램은 폰트의 도안을 디지털화하여, 컴퓨터와 같은 전자기기 화면 위에 출력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전자 데이터 파일을 말합니다. 이 경우에는 폰트의 모양을 바꿀 수 있는 좌표값과 명령어를 선택하는 것에 있어 제작자의 창의적 개성이 들어있기 때문에 하나의 저작물로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2001. 6. 29. 선고 99다23246 판결, 대법원 2001. 5. 15. 선고 98도732 판결 등).
저작권 침해 관련 내용증명 서류를 받았어요. 어떡하죠?
저작권 침해로 폰트 업체에서, 그리고 법무법인으로부터 내용증명을 받았다는 사례는 너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직장인은 물론, 디자인을 전공하는 학생들도 종종 받기도 하는데요. 가장 많이 일어나는 형태의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사례 1 A업체는 행사에 사용할 포스터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B업체에게 외주로 의뢰해 포스터를 만들었습니다. 얼마 뒤, A업체는 포스터에 사용된 폰트가 무단으로 사용되었다며 저작권 침해에 대한 내용증명을 받았습니다. |
이 사례에선 포스터를 사용한 A업체가 내용증명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불법으로 폰트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제작했다는 사실이 있다면, A업체가 아닌 B업체가 저작권을 침해한 것으로 봅니다. 하청, 외주를 통해 제작한 결과물이라면 그것을 사용한 A업체가 아닌 제작한 B업체에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사례 2 고객에게 이미지를 받아 자수를 박는 자수 업체가 있습니다. 이 업체는 고객으로부터 유료 폰트의 이미지 파일을 요청받아, 그대로 본떠 자수를 제작했습니다. 얼마 뒤, 자수 업체는 해당 유료 폰트 제작 업체로부터 저작권 침해에 대한 내용증명을 받았습니다. |
이 사례에서 기억하고 있어야 할 것은, 앞서 언급했던 부분처럼 폰트의 이미지 자체는 저작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폰트 프로그램이 아닌 단순 이미지 파일을 사용한 자수 업체의 경우는 폰트 업체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 아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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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가지 예시는 굉장히 흔하게 일어나는 형태의 사례들입니다. 폰트 업체에선 이처럼 저작권 침해 내용증명 서류들과 함께 무단으로 사용한 폰트에 대해서 라이선스를 구입하라는 내용을 함께 전달하게 되는데요. 그전에, 우선은 본인의 행동이 과연 저작권 침해가 확실한 것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작권법 제136조에 따르면, 일반적인 저작권을 침해했을 때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이를 병과 할 수 있습니다. 얼핏 보기에는 처벌의 강도가 꽤 높아 보이기 때문에, 일부 폰트 업체들은 이를 이용하여 저작권 침해가 아닌 경우에도 일단 내용증명 서류들을 보내는 경우가 간혹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설상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더라도 손해의 정도가 경미하거나 초범의 경우는, 보통 교육조건부 기소유예나 낮은 금액의 벌금형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법무법인을 통해 보낸 서류들을 보고 덜컥 겁을 먹고, 꽤 많은 합의금을 지불하거나 고가의 폰트 패키지를 구매하기도 하는데요.
저작물에 대한 권리는 반드시 지켜지는 것이 맞습니다. 폰트 파일을 사용하기 전에는 반드시 라이선스를 확인하고, 유료 폰트는 구매하여 사용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좋은 방법이죠. 하지만 위와 같은 일을 대비하여 폰트의 저작권 침해 범위를 미리 잘 알아두고, 발생했을 경우 침착하게 대응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by 브랜드 디자이너 유단희
yudanhee@brancos.co.kr
브랜드 마케팅 스튜디오, 브랜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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