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트렌드를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마케팅적 관점에서도 사회적인 분위기나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들을 꼼꼼하게 체크하는 일은 아주 중요합니다. 현재를 잘 읽을 수 있어야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트렌드를 빠르게 예측할 수 있고, 그것은 곧 브랜드의 강점이 되기 때문이죠. 브랜드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다양한 디자인 또한 트렌드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그 중에서도 오늘은 브랜드의 얼굴이라 불리는 로고 디자인에 대해 얘기해 보려고 합니다.
2019 로고 디자인 트렌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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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게, 그러나 명확하게
작년에 이어서 올해도 '미니멀리즘(Minimalism)'이 대세네요. '최소의'라는 뜻의 Minimal과 '주의'라는 뜻의 Ism이 결합한 용어로, 예술이나 문화적인 면에서 불필요한 꾸밈들을 제외하고 사물이 가지는 근본을 바탕으로 실용성을 중시하는 흐름을 말하며, 최근에는 예술적인 면을 벗어나 철학과 라이프스타일 전반에도 유행하고 있습니다. 물론 로고 디자인 분야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죠. 사실 로고 디자인의 단순화는 꽤 오래 전부터 진행되었습니다.
<STARBUCKS 로고 디자인의 변화>
2011년, '스타벅스' 로고 디자인의 변화가 대표적입니다. 스타벅스 로고 변경은 8~10년 주기로 있던 일이지만, 이번 로고가 특히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그동안 볼 수 없었던 과감한 디자인 변화에 있습니다. 스타벅스는 자사 로고만의 아이덴티티라고 할 수 있던 원형의 테두리와 그 안으로 둘러진 굵은 워드마크를 모두 제외하고 세이렌의 모습만 남긴 심플한 느낌의 엠블럼을 공개했습니다.
이 엠블럼은 심벌마크의 기능도 하고 있어, 기존에 로고 디자인 안에 포함이 되어 있던 워드마크는 따로 분리하여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다양한 형태의 사용이 가능해졌는데요. 워낙 인지도가 탄탄한 기업이던 스타벅스가 급격하게 간결해진 새 로고 디자인을 선보이자, 큰 이슈가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굳이 바꿔야만 했나'라는 혹평을 간혹 듣기도 했습니다만, 최근에는 스타벅스 외의 다른 유명 브랜드들까지 로고 디자인의 단순화 작업이 이뤄지고 있죠.
<꽤 많은 브랜드가 로고 디자인을 바꾸고 있습니다>
최근 입생로랑, 버버리 등 유명한 브랜드의 로고들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생 로랑은 지난 2012년, '이브 생 로랑'에서 '생 로랑'으로 브랜드명을 변경한 것에 이어 로고 디자인까지 '이브'를 제외했습니다.
이들의 공통적인 변화라면, 대표적으로 산세리프(San Serif) 서체를 사용했다는 점입니다. 세리프(Serif)는 서체에 있는 장식용 삐침을 말합니다. 산세리프는 이 장식용 삐침이 없는 서체를 의미하며, 젊고 감각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 주로 도시적인 느낌과 미니멀리즘을 담고 싶을 때 쓰이는 서체입니다. 가장 먼저 패션 업계 브랜드들에서 변화가 이루어진 이유도 그렇습니다.
수십 년을 사용하던 이들의 로고 디자인이 바뀐 것은 단순히 새로운 디자이너가 새롭게 작업할 수 있는 초석을 깔아주는 것,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브랜드가 가지고 온 전통적 이미지를 벗어나 젊은 감각을 바탕으로 젊은 세대와 소통하며 새로운 역사의 출발점을 찍으면서, 고도의 브랜드 마케팅 전략까지 녹이는 변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가 브랜드를 접하고, 또 브랜드가 우리에게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디지털 매체들이 존재한다는 거죠. 심플해서 읽기 좋은 이 산세리프 서체는, 디지털 매체에 아주 최적화가 되어 있거든요. 이러한 변화를 두고 미국의 그래픽 디자이너 지오 오웬은, 패션 웹 매거진 하입비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산세리프 서체는 가독성, 심미성 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매체의 포맷에 적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 적합하다." 라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립니다. 그래픽 디자이너면서 폰트 연구가인 데이비드 루드닉은 이러한 변화에 대해 "과거 디자이너들이 쌓은 위대한 유산이 지워지고 있다." 라며, 너무 획일화된 디자인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모든 꾸밈을 제거하여 심플하고 군더더기 없이 변화한 디자인은, 시대에 흐름에 맞춰 보다 다양한 컨셉과 이미지를 담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브랜드가 오랜 시간 가지고 온 고유의 정체성과 차별성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다는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어쨌든 확실한 건, 이런 로고 디자인의 단순화는 올해도 여전히 트렌드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겁니다.
2019 로고 디자인 트렌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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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하는 로고
반응형 디자인의 시대는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로고 디자인의 크기가 단순하게 크기만 작아지는 것이 아니라, 적용된 매체에 따라 반응하며 다양한 모습으로 간결해집니다. 과거 홈페이지만이 대표적인 매체로 사용되던 때를 벗어나 디지털 시대로 접어 들면서, 기업의 로고 디자인도 다양한 플랫폼에 적응하는 일이 필요해졌습니다. 이 반응형 디자인은 이미 오래전부터 웹디자인 분야에서 유행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은 만큼, 그에 따른 반응형 로고 디자인도 꽤 중요해질 것입니다. 예시를 한번 살펴볼까요?
<코카콜라와 샤넬의 로고 디자인_기존 사이즈>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코카콜라와 샤넬의 로고 디자인입니다. 웹 브라우저의 크기를 조절하지 않았을 때, 기존의 로고 디자인은 각각 이렇습니다.
<코카콜라와 샤넬의 로고 디자인_중간 사이즈>
웹 브라우저의 크기를 중간 정도 줄여봤습니다. 갑자기 로고가 기존의 디자인에 비해 간결해졌습니다! 코카콜라는 'Drink'나 'Coke'와 같은 부가적인 문구를 없애고, 샤넬은 심벌마크의 원형 테두리를 없앴습니다. 매체의 크기가 작아졌을 때, 로고 디자인의 명확한 시안성을 위해 불필요한 부분이 사라집니다.
<코카콜라와 샤넬의 로고 디자인_작은 사이즈>
웹 브라우저의 크기가 더 작아지면 어떻게 될까요? 코카콜라는 리본 형태의 디자인 요소마저 없애고 'Coca-Cola'라는 상호만 간단하게 남겼습니다. 샤넬은 아예 심벌마크를 워드마크에 조합한 모습으로 표현했네요.
더 많은 로고의 반응형 디자인을 구경하고 싶다면 이 사이트를 방문해 보세요. 유명한 기업들이 반응형 디자인을 자사의 로고에 어떻게 적용했는지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2019 로고 디자인 트렌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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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감성 재해석하기
최근 몇 년 동안 복고 열풍이 불었습니다. 옛 시절의 감성을 그대로 담았던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부터 시작해서, 향수를 자극하는 소품과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카페와 식당들이 생겼습니다. 작년에는 전설의 밴드였던 Queen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대흥행을 이루면서, 올해 가장 대표적인 트렌드로 '뉴트로(New-tro)'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뉴트로는 '새롭다'라는 뜻의 New와 '복고풍의'라는 뜻의 Retrospective(이하 Retro)의 합성어로, 단순히 복고적인 스타일을 추억하는 것을 떠나서 옛날 감성을 현재의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해 즐기는 것을 의미합니다. 문화와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유행처럼 번지는 이 뉴트로로 인해, 로고 디자인에 적용되는 트렌드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빅 로고가 돋보이는 MLB의 몬스터자켓(좌), 구찌의 알리 미디엄 숄더백(우)>
이미지 출처: MLB 공식 온라인 스토어(좌), 구찌 공식 온라인 스토어(우)
패션 업계에서는 뉴트로 감성을 담은 로고 플레이를 시작했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패션 업계에서 브랜드 로고란 아주 작게 포인트가 되거나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숨겨지는 것이 멋(?)이라고 통했지만, 요즘에는 7080년대 감성으로 돌아간 듯한 '빅 로고'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패션 아이템에 브랜드 로고가 크게 적용되는 것입니다. 촌스럽다고 생각하던 이 로고 플레이가 뉴트로 감성에 힘입어 최근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팔도의 괄도 네넴띤(좌), 삼양의 튀김칼국수(우)>
이미지 출처: 팔도 공식 홈페이지(좌), 삼양 공식 홈페이지(우)
식품 업계 디자인에서도 뉴트로 감성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팔도에서는 얼마 전, 35주년을 맞아 자사 제품 중 가장 대표적인 팔도 비빔면의 이벤트 제품을 한정 출시했습니다. '괄도 네넴띤'은 SNS에서 유행하는 야민정음(한글 단어를 또 다른 비슷한 글씨로 바꾸는 일종의 신조어)으로 만들어진 단어에요. 뉴트로 감성을 한껏 입힌 패키지 디자인과 더불어 예스러운 느낌의 로고 서체 디자인도 돋보입니다. 삼양 제품 '튀김칼국수'의 로고 디자인도 굉장히 복고적인 타입입니다. 큼직하고 부드럽게 굴려지는 서체의 디자인이 7080의 감성을 그대로 담고 있네요.
올해의 트렌드는 독특하게도 방향이 양극화된 모습입니다. 급속도로 발전하는 디지털화에 맞춰 점점 심플하고 모던하게 변하는 디자인이 떠오르면서도, 그에 반해 옛 감성을 떠올리는 복고풍의 디자인이 함께 유행하고 있어요. 두 트렌드가 가진 성격의 차이가 큰 만큼, 브랜드가 드러내고 싶은 스토리와 이미지를 확실하게 인지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그에 따른 트렌드를 적절하게 적용하는 것이 중요해 보입니다.
by 디자이너 유단희
yudanhee@brancos.co.kr
- 브랜드 마케팅 스튜디오, 브랜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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