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든 뭐든. 디자인 외주 맡길 때 설문지나 의뢰서를 먼저 작성하는데요. 브랜코스도 마찬가집니다. 근데 '이거, 생각보다 작성하기 어렵네요.'라는 말을 자주 들어요. 아무 말없이 아예 공백으로 비워두는 분들도 있고요.
안 돼요. 안 됩니다. 같은 돈주고 더 좋은 결과물을 내고 싶다면 조금 더 많은 것을 들려주세요. 지금부터 조금 더 효율적인 디자인 아웃풋을 내기 위한 커뮤니케이션의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l
#1
자세한 기획을 넘겨주십시오.
인형을 만든다고 생각해볼까요. 먼저, 인형의 몸체를 만들어야겠죠. 성별도 정할 수 있고, 신체 각 부분의 크기나 길이도 정하고, 살결의 컬러도 정하게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예쁜 옷을 입히게 됩니다.
비주얼적 요소들을 담당하는 디자인은, 인형에게 어울리는 맞춤형 옷을 입히는 단계에 해당이 되겠죠. 옷의 사이즈나 컬러, 디자인이 잘 어울리기 위해서는 먼저 완성된 인형의 몸체가 있어야 합니다. 어떤 타켓층을 향하고 있는지, 어떤 신념과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기타 등등 본인의 브랜드에 대한 기획이 최대한 구체화가 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죠.
"그냥, 뭐, 대충, 커피도 좀 팔고 디저트도 팔고 싶은데,
학생들도 많이 오면 좋을 것 같아서 저렴하게 판매할까......
그랬는데 그냥, 뭐, 저기, 뭐냐, 가로수길 카페 같이 약간 고급스럽게도 가고 싶기도 하고요.
혹시 카페 중에 블루보틀 아세요? 그 파란색 예쁘던데......
근데 제가 또 핑크색을 좋아하긴 한데......
그냥 알아서 해 주세요."
이렇게 객관적이지 못하고 구체화된 부분 없는 기획은, 디자인 작업의 방향을 흐릿하게 만들죠. 디자이너들은 명확하지 않은 부분들에 대해, 주관식 문제를 풀듯 본인의 예술적 감각을 십분 활용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클라이언트가 생각하던 결과물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올 수 있으니, 부디 주의하기 바라요.
l
#2
시안들은 최적의 디자인만 선별한 것임을 잊지 마세요.
디자이너들은 작업에 들어가면 여러가지 아이디어들을 토대로 많은 시안들을 내 놓게 됩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클라이언트에게 전달되는 몇 가지의 시안들은 디자이너 나름대로 많은 수정과 다듬는 작업을 거친 후에 전달되는데요. 디자이너들은 각 시안마다 많은 고민을 거치고, 가장 최적의 형태를 내놓게 됩니다.
그래서 많은 수정을 거치게 되어도, 결국은 초안으로 진행하는 경우를 적지 않게 볼 수 있죠. 원하는 것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진행하는 불필요한 수정들은, 더 나은 결과보다 진행상황을 루즈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디자이너들은 프로그램을 다루는 스킬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가독성에 좋은 폰트들과, 효율적인 크기, 비율, 배치 등을 고민할 수 있답니다. 어떤 것이 더 예쁘고 인기 좋고 효율적인 디자인인지 혹은 요즘 디자인 트렌드에 대해 잘 모르겠다면, 선택을 디자이너들에게 맡겨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입니다.
l
#3
텍스트로 전달하기 어렵다면 다른 수단이 있잖아요.
디자이너에게 전달하고 싶은 사항, 또는 수정하고 싶은 부분들이 생겼나요? 디자이너들이 뱉는 전문용어들도 잘 모르겠고, 그냥 어떻게 아는 단어들로 표현해 보자니 너무 추상적이라서 항상 "그, 그, 왜, 있잖아요...... 아니, 왜, 그런 느낌적인 느낌이요."라고 하게 되지는 않나요?
디자이너에게 어떻게 전달할지 모를 때는, 아예 보여지는 이미지로 전달해 주시면 아주 좋습니다. 평소 그냥 흔하고 유명한 브랜드 디자인도 괜찮고요. 아니면 생각나는 이미지를 직접 구글링을 하는 것도 좋습니다. 여러가지 시각적인 자료들은 디자이너들의 이해를 돕는 데 많은 도움을 줍니다. 마치 바디랭귀지처럼요.
"이렇게 무인양품 로고처럼 사각형 안에 글씨가 들어가 있는 느낌이요."
"키스해링 그림 같이 선이 굵고 알록달록, 그런 느낌이요."
l
요청 받은 디자인을 멋지게 완성하는 일은, 디자이너 혼자 완성할 수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클라이언트와 함께 작업해 나간다고 봐도 무리가 없죠. 그러니 부탁을 드려요. 부디 디자이너들이 더 멋진 디자인을 만들 수 있도록, 클라이언트가 된 여러분도 함께 도와주시길 바라요.
by 브랜드 디자이너 유단희
yudanhee@brancos.co.kr
-
브랜드 마케팅 스튜디오, 브랜코스
-
-

'brand·market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트리플 미디어의 의미와 활용 방법에 대하여 (0) | 2020.04.23 |
---|---|
콘텐츠 마케팅과 소셜 마케팅의 차이 (0) | 2020.02.27 |
브랜드, 어중간한 위치를 벗어나자. (0) | 2019.09.26 |
브랜드가 좋은 디자인을 가져야 하는 이유 (0) | 2019.09.19 |
우리는 왜 브랜딩이 잘 안 되는 걸까? (0) | 2019.09.10 |